더운 여름 날씨에 맥주🍺 한 잔 안하고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제가 종종 하는 생각입니다. 겨울에는 또 겨울 나름대로 맥주를 마실 핑계가 있습니다. 긴긴 겨울밤을 맥주 없이 어떻게 날 수 있을까요? Stockholmare(!)인 투센탁이 없는 틈을 타서 저는 이번 주에 부지런히 Skåne의 맥주를 알려볼까 합니다. 

1. Remmarlöv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웨덴 맥주는 Remmarlöv에서 나오는 Vinter Amber Ale입니다. 지금은 여름이라서 Skånsk pilsner랑 Migla를 주로 사서 마시는데 여기서 나오는 맥주는 시스템볼라겟에서 그냥 믿고 삽니다. 위 사진에서도 저의 취향이 보이지 않나요? Remmarlöv는 Eslöv에서 생산하고 있고요, 여름에는 펍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안가봤지만 여러분들은 한번 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보시고 좋으면 알려주세요 :) (링크)

2. 말뫼의 힙한 펍 - Malmö Brewing co & Taproom

누가 말뫼 펍 어디 가면 좋냐고 물으면 저는 Malmö brygghus를 추천합니다. 버려진 초콜릿 공장을 인수하여 브루어리로 꾸민 곳인데 힙한 인테리어만으로도 가볼만 하고요, 맥주 종류가 정말 많아요!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실험정신으로 만들어진 재미있는 맥주도 있고요. 말뫼에서 가장 힙한 곳인 Möllan에 있어서 여기서 한잔 마시고 주변에 있는 다른 펍이나 식당으로 이동하기도 좋습니다. (근처에 있는 펍 중에서는 Ölkaféet이 비교적 저렴하고 자리도 많고 분위기도 좋아서 자주 찾습니다!) (링크)

3. 룬드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Lundabryggeriet

사실 제가 룬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펍은 Rauhrackel입니다. 오스트리안 펍이고 1미터 맥주를 시켜서 친구와 나눠마시면 재밌습니다. 하지만 반지하 실내라서 유아차 접근이 어려운 게 최대 단점이죠ㅠㅠ 

룬드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Lundabryggeriet Ölkällare라고 하는 펍이 생겼는데 이 곳이 요즘 저의 최애 스팟입니다! Lundabryggeriet에서 나오는 맥주를 생맥주로 즐길 수 있고요, 야외 좌석이 많아서 날씨 좋은 날 기분내며 맥주 마시기 딱이죠. 무엇보다도 유아차 끌고도 쉽게 들어갈 수 있어서 아기 데리고 벌써 세 번이나 갔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red ale인데요, 그날그날 주문가능한 맥주가 조금씩 다르니 참고하세요! (링크)

4. Brewskival! 그 마지막...

스코네에서 맥주 좀 마신다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맥주축제가 아닐까요? 헬싱보리에서 매년 8월에 열리는 Brewskival은 스코네에서 가장 인기있는 맥주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아쉽게도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합니다ㅠㅠ 저는 정말 운이 없게도, 항상 그 시기에 한국에 있었거나 다른 일정이 있었어서 못갔었는데 올해도 못가게 되어 그저 슬픕니다ㅠㅠ 8월 23-25일 기간에 하는데요, 티켓이 남아있을지는 모르지만 남아있다면 꼭 가보시길 바라요. (링크)

해외에 산 지 햇수로 두 자릿수를 넘긴 요즘, 한국에 갈 때마다 점점 검은 머리 외국인(이하 검머외)가 되어가는 저를 발견합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너 왜 이렇게 외국인 같이 구냐"며 놀려대기도 하고요. 얼마 전 다녀온 한국에서 제가 낯설게 혹은 신기하게 느꼈던 몇 가지를 공유해볼까 합니다. 

주의: 이 글은 전적으로 제 주관적인 견해를 담았으며 한국과 스웨덴 양국에 관한 다소 왜곡된 시각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 쓰레기통과 화장실의 함수 관계

한국은, 특히 서울에서는, 쓰레기통을 찾는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마치 환상 속에 존재하는 신비의 동물을 찾아 다니는 기분이었죠. 서울에서 요즘 가장 핫하다는 동네에 놀러간 그 날, 저는 친구들과 함께 테이크 아웃 커피를 마시며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편의점 앞에 쓰레기통이 있는 걸 보자 친구들은 다들 잽싸게 거기에 커피컵을 버리더군요. 아직 음료가 남아있어 버리지 않는 저를 보고 친구들은 경고했습니다. 지금 버리지 않으면 앞으로 더 이상 쓰레기통을 찾을 수는 없을거라고. 

전 어리석게도 그들의 진심어린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경고한 대로 그 날 숙소로 돌아갈 때까지 빈 커피컵을 버릴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거리는 물론이거와 그 날 방문한 십 여군데의 매장 중 쓰레기통은 그 어느 곳에도 구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가장 핫한 동네라 쓰레기통이 없는 건지 아니면 서울에 쓰레기통 없애기 캠페인이라도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정말 쓰레기통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화장실은 어찌나 많던지요! 게다가 모두 믿을 수 없게 깨끗하고 심지어 무료! 과장을 살짝 덧붙여 말하자면 화장실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습니다. 공원마다 번듯한 공중 화장실이 있는 건 기본이요, 지하철 역마다 화장실이 있고 (화장실이 개찰구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까지 표시되어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알았습니다.) 아파트 상가 건물 화장실 조차 얼마나 크고 깨끗하던지. 스웨덴에선 발에 채이는 것이 쓰레기통이고 영 찾기가 어려운 것이 화장실인지라 그와 정반대인 한국이 신기했습니다. 제 친구들은 이것을 신기해하는 저를 신기해했지만요.

둘.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 양보는 사치

이번에 한국에 들어갔을 때 꽤 자주 보았던 친구 한 명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네가 공공장소에서 시도때도 없이 양보하는 걸 보고 정말 외국인이 되어간다는 걸 느꼈다”라고요. 그게 무슨 뜻인가 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거리를 걸을 때, 혹은 가게를 들어서고 나설 때, 그런 사소한 순간들에서 저도 모르게 제 앞 뒤 사람들에게 양보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제 뒤를 바싹 따라붙어 지하철을 내리는 아주머니에게 먼저 가시라고 길을 살짝 비켜준다거나 가게를 들어설 때 누군가 나오는 중이면 그들이 먼저 나오길 기다렸다가 들어간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 행동들이라 전 제가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누구든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이니까요. 그러나 세계 4위의 인구 밀집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친구에게는 그런 제가 좋게 말하면 신기하고 나쁘게 말하면 답답해 보였겠죠. 

한국에 살았을 적 저에게 공공장소에서의 양보는 사치일 뿐이였습니다. 특히 통근길 지하철에선 주변을 살피며 배려하기는 커녕 항상 지하철의 인파를 뚫고 나갈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드를 올린 상태였죠. 건물 입구를 들어서고 나설 때 뒷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구요.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여기서 산 세월이 몸에 배여 이제는 무의식 중에 양보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나 봅니다. 

(추신) 한국에서 저도 모르게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고 나서 상대방에게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 당황과 놀람이 섞인 표정으로 절 2초 정도 바라보다 씡 지나쳐 자기 갈 길을 갔던 것 같네요. 바쁘디 바쁜 한국사회에서 양보는 정말 사치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셋.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친절한, 그러나 영혼을 갈아 넣은 서비스

여유가 넘쳐도 너무 넘쳐 흐르는 스웨덴의 서비스에 비해 한국의 서비스는 정말 빠르고 신속했습니다. 어떻게 모든 것이 이렇게 빠를 수 있는 건가 무서워질 정도였죠. 식당에서는 주문한 메뉴들이 채 10분도 되지 않아 나왔고, 여권 갱신을 위해 찾아간 구청에서는 다음 주면 새로운 여권을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세탁소에서는 드라이 크리닝을 맡긴 외투를 다음 날 아침이면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했고요. 와 이게 정말 가능하다고? 서비스 천국이 있다면 이 곳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또 하나 제가 느꼈던 건 한국에서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본인을 낮춘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만에 받는 이런 극진한 대우에 몸둘 바를 몰랐죠. 한 번은 어느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를 받다가 커피가 살짝 넘쳐 흘렀는데, 카페 종업원은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저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과를 했습니다. 스웨덴이었다면 아마 대부분 이 정도 일로는 사과도 안 할테고 행여나 사과를 하더라도 한번 찡긋 웃어보이며 ‘미안' 이러는게 다일텐데, 왜 한국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지 씁쓸해지더군요. 

그러나 제가 가장 낯설게 느꼈던 것은 제 친구들이었습니다. 친구들 중 몇몇은 이런 ‘상전' 대접을 받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진 것인지 이런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었습니다. 음식이 조금이라도 늦게 나온다 싶으면 진동벨을 연신 눌러대고 종업원의 자그마한 실수에도 새침하게 대응했습니다. 종업원에게 왜 이렇게 팍팍하게 구냐는 저에게 제 친구들은 ‘으이구 이 검머외 같으니’라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습니다. “우리가 까다롭게 굴지 않으면 저들이 우리를 만만하게 봐. 이렇게 해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거야.” 

방금 전까지 본인들이 직장에서 받는 ‘을'의 대접에 대해 분개하고 억울해하던 그들이 종업원들은 ‘을'로 대해지 못해 안달인 것을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찌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제 명실상부 검머외인걸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를 읽으면 이런 유형화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열다섯살, 아이도 아니고 성인도 아닌 그 어디쯤의 나이이죠. 여행 중 만난 도서관 사서는 신체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남성입니다. 그 밖에도 이 세계와 또 다른 세계,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합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만난 여성들이 실제로 어릴 때 헤어진 누나와 어머니가 맞는지 아닌지도 모호하죠. 외설적인 묘사가 조금 지나치다 싶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고 성을 남성, 여성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어요.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생 때였지만 이 책이 다시 생각난 것은 스웨덴에 오고 나서 대학에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제가 다녔던 과에는 여학생회가 있어서 학생들, 졸업생들, 교수님들이 모여 워크샵 같은 것을 하곤 했는데요, 처음 갔을 때 (생물학적) 남성이 몇 있어서 ‘여기가 여학생회가 맞나?’ 의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알고 보니 여학생뿐만 아니라 논바이너리까지 포함하는 모임이었어요.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젠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말이에요. 지금 직장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동료도 논바이너리인데, 입사 첫날 팀 매니저가 ‘저 친구는 성중립적인 대명사로 지칭해야한다’고 알려주어 hen 또는 they라는 인칭대명사를 쓰고 있죠.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스웨덴에서 살면서 느낀 점은, 모든 사람이 딱 한가지 국적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스웨덴에서 자라 스웨덴어를 모국어로 구사한다고 해서 자신을 꼭 스웨덴인으로 규정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 또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성인이 되어 이민을 왔지만 자신을 스웨덴인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는 것 말이에요.

이번에 Punatulkku님께서 공유해주신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스웨덴에 산 지 8년이 되었는데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저 역시 한국에 갈 때마다 낯선 것들이 생기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야 너 외국인 다 됐다'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하지만 스웨덴에서 일하면서 가끔 '나 너무 한국사람처럼 일하나?'라는 생각도 하죠 하하. (아무도 일하지 않는 휴가철에 괜히 책임감을 느끼고 혼자 열심히 저녁 6시까지 일한다거나?) 피카를 하면서도 가끔 대화 코드가 다르다 느낄 때도 있고요. 그럴 때면 한국과 스웨덴 사이에 붕 뜬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나는 지금 어느쪽에 더 가까울까' 하는 의문도 드는데 이게 저만 하는 생각은 아닐 것 같습니다. 

유형화된 성격, 젠더, 문화적인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성적 지향은 오죽할까요. 아주 오랫동안 회자되어왔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아직도) 이걸 찬성하네 반대하네 금지해야하네 하는 실정입니다.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듯이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도 있을 수 있고요, 여자 역시 마찬가지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동성커플을 만나본 적이 없었고, 스웨덴에 와서야 몇 커플을 알게 되었어요. (그 중 한 커플은 아이도 낳아 기르고 있고요!) 스웨덴어 선생님 중에도 여자친구가 있는 여성이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여자가 '내 여자친구가...'이라고 지칭하는 게 (그런 경우를 처음 봤으므로) 어색했지만, 그 분들이 꽁냥꽁냥 연애하는 걸 보는데 이성커플이 꽁냥꽁냥 연애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런 것들이 법이나 타인에 의해 억압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 이때까지의 이야기는 사실 Pride를 소개하기 위한 빌드업이었습니다! 프라이드는 성소수자들에 대해 알리기 위해 열리는 행사인데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죠. 1969년 뉴욕에서 성소수자들이 경찰 단속에 저항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기 시작한 게 시초라고 합니다.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Pride 행진은 북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이고요, 올해 7월 29일부터 8월 3일 사이에 개최됩니다. 저는 어쩌다보니 매년 스톡홀름에 놀러갈 때마다 이 기간과 겹쳐서 여러 번 보게 되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흥이 나고, 다양한 문구를 읽으며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요.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같이 걷는 것도 재밌습니다! 많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