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출산을 앞두고 새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사박스를 하나씩 풀고 정리를 하고 있노라니, 남편이 '실버피스크Silverfisk가 제일 좋아하는 게 이런 종이박스'라며 다 정리한 박스는 바로 접어서 밖에 내다놓자고 하더라고요. 

에이, 예전 집에서 실버피스크를 거의 본 적이 없는데 그게 갑자기 박스에 생긴다고? 그런데 정말이었어요. 미처 접어 내놓지 못한 종이 박스에 다음날 실버피스크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는데요, 예상보다 너무 많은 수가 나타나서 남편도 놀란 모양이었습니다.😖

종이박스를 모두 치우고 깨끗이 집안 곳곳을 청소했지만 실버피스크는 밤이 되면 바닥에 슬금슬금 나타났고, 벽을 타고 천장도 기어다녔어요. 보통은 가끔 한두 마리를 발견하는 정도라던데, 저희 집에는 하루에 최소 30마리가 나타났어요. 심지어 벽을 붙잡고 출산 진통을 견딜 때도 눈 앞에 기어가는 실버피스크를 몇 마리씩 잡을 정도였죠. 믿기시나요?

실버피스크 퇴치법을 스웨덴어로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삼나무 조각이나 오일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삼나무 조각도 사고, 오일도 사고, 라벤더도 좋다길래 라벤더 방향제도 사서 부엌 찬장과 옷장 곳곳에 두었지만, 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어요. 그런 걸 곳곳에 놓아도 냄비나 후라이팬 꺼낼 때마다 실버피스크가 꼭 한두마리씩 저한테 인사를 하더라고요, 우웩. 

실버피스크가 한국말로 뭔지 몰라서 그제야 찾아봤는데요, 어머나 세상에, 이게 좀벌레였다니!😲 어릴 때 엄마가 옷장 곳곳에 나프탈렌 좀약을 넣어놓긴 했지만 좀벌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이 머나먼 땅에 와서 그 좀벌레를 매일 마주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그렇다면 나프탈렌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스웨덴에서는 찾기가 힘들었어요. 

각설하고,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을 바로 소개해드릴게요. 젤 타입으로 된 바퀴벌레 퇴치약이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이것도 스웨덴에서는 구하기 어려웠지만, 남편이 엄청난 검색 끝에 유럽 다른 나라 사이트에서 주문해 구해왔고 사용한 지 일주일만에 그 모든 좀벌레가 집에서 자취를 감췄어요. (꽤 비쌌으므로 한국에서 사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젤을 방 구석마다 조금씩 발라놓았는데, 밤이 되니 집 곳곳에서 좀벌레가 기어나와 젤을 야금야금 먹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독을 먹은 좀벌레가 자기 주거지로 돌아가 죽으면, 다른 좀벌레들이 그 시체를 뜯어먹고 독을 먹어 연쇄적으로 죽는다고 합니다. 단, 반려동물이 있을 경우에는 조심. 우리집 곳곳을 누비며 해충을 먹던 거미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을 때는 불쌍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사오자마자 매일 식탁에 기어가는 좀벌레들을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할 때는 정말이지 다시 옛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결국 퇴치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그 후로 반년 넘게 좀벌레를 본 적이 없고요. 혹시 좀벌레로 고생하고 계시다면 꼭 시도해보시길 바라요.😊